본문 바로가기
필사의 모든것

[돈의 역사] 화폐의 공급이 경기 사이클을 일으킨다

by 책과함께라면 2021. 1. 13.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돈에 얽매인다. 그러나 돈은 너무 풍족해도 문제이고 너무 부족해도 문제다. 

이를 디플레와 인플레에 대해 정리해보면 디플레(디플레이션)은 쌀이나 비단 같은 물건의 값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느 반면, 인플레(인플레이션)은 돈의 값어치가 계속 떨어지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송 초반, 효종이 새로운 지폐를 만들기 전 상황이 디플레이션이였다. 화폐 대부분을 보유한 수도 개봉이 적의 수중에 들어가고, 나마나 있던 구리 광산도 고갈되어버리면서 금이나 은같은 귀금속마저 부족해진다고 가정해보자.

은이나 동전으로 계산되던 쌀이나 비단 등 핵심적인 상품의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값이 떨어진다고 생각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제는 현물화폐 시스템으로 후퇴하게 된다. 값이 계속 상상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금이나 은, 동전은 모두 부잣집 금고로 들어가버릴 테니 비단이나 쌀이 어쩔 수 없이 화폐의 대응 수단이 될게 뻔하다. 물론 상거래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 지적했듯 현물화폐의 세 가지 약점, 금속화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울 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격이 춤을 추며, 조약한 품질의 상품화폐를 수령할 위험에 대비해 매번 가격을 새로 매겨야 한다는 문제로 인해 예전에 비해 상거래가 원활해지지 않게 된다.

 상거래가 어려워지는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어떤일을 전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이유는 시장의 규모가 분업을 결정하는 특성 때문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쌀 농사를 짓는 중국 남부의 고립된 마을을 상상해보자. 

각 가계가 고립되어 있어 식량과 옷 그리고 경작에 필요한 농업 도구를 모두 손수 만들고 수리한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어떤 집은 옷 제조를, 옆집은 식량 생산을, 건너편 집은 주택 건축을 전문으로 한다면 마을안 전문가들이 옷과 식량, 주택을 공급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아가 생산자들이 전문화되면서 예전보다 더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어 점점 생활 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남송 초기처럼, 상거래가 위축되고 디플레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분업이 어렵다. 화폐 공급이 감소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쌀이나 옷 같은 생필품 가격이 계속 떨어질 거라 기대할 것이며, 나아가 상거래의 어려움까지 겹처 소비를 최소화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옷이나 농기구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구는 자칫 과잉 재고를 끌어안고 도산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결국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사라지고, 특히 다른 이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도 어려워져 경제 전반의 침체가 장기화된다.

 

중앙은행이 없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일단 디플레의 함정에 빠지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이 바로 화폐를 더 많이 주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구리나 은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전쟁을 일으켜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거나 남송의 회자처럼 획기적인 신용화폐를 만들어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폐 시스템이 아무런 문제가 없던 건 아니다. 원 말기처럼, 정책 당국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목적으로 지폐를 마구 찍어낼 경우 강력한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다. 예전에는 중통원보교초1관의 가치가 은 1/10냥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면 당연히 경제가 혼란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일제히 비단이나 은, 쌀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며, 이는 다시 지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상의 이야기에서 보듯, 경제의 흐름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디플레가 발생하면 생활 수준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으며, 반대로 인플레가 발생하면 가격 변동이 심해지고 경제 전반에 강력한 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돈의 역사] 황허강이 마르면 북방에 전쟁이 시작된다.

12세기 이후, 현재 중국 영토(자세히는 만주족의 청사라가 지배했던 땅)의 상당 부분이 유목민에게 점령되었다. 이렇듯 한족이 악세를 보이게 된 이유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는데, 잉 바이와

hot-review.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