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뇨리지
로마 제국은 리디아의 주화를 계승한 새로운 주화, '데니리우스'를 제국 전역에 유통시킴으로써 전성기를 열 수 있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잠시였다. 정복 전쟁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 노예와 귀금속이 유입되지 않은 데다, 유럽의 귀금속 광산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5헌제(로마 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5명의활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죽기 전(180년) 세가지 문제가 로마 제국을 장식 하고 있었는데, 첫 번째 문제는 게르만족의 이동이었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게르만족과의 전쟁 도중에 사망함.)
두번째는, 노예 유입이 중단되는 가운데 로마 제국 전체의 노동력부족 현상이 심화된 것
나머지 문제는 금육 불안정이 높아진것이었다. 특히 마지막 문제가 로마 제국의 경제에 큰 충격을 가했다. 지출이 수입을 만성적으로 초과하는 가운데, 로마 황제들은 지속적으로 은화의 순도를 떨어뜨려 자금을 조달했다. 초기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품위 저하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서기 200년을 전후해 시작된 갑작스러운 은화순도 저하는 강력한 인플레를 촉발했다.
은화의 순도 저하가 인플레를 촉발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은화의 순도 저하를 청므으로 인지한 상인A는 자신이 보유한 은화를 시장에 나가 팔아치우는 한편, 식료품이나 의류를 매집하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A의 행동에 궁금증을 느낀 상인 B가 원인을 조사하다가 은의 순도가 심각하게 낮아진 것을 알게 되고, 그 역시 보유하고 있던 은화를 처분하는 대신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절에 만들어진(로마의 은화에는 발행 당시 황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음) 순도 높은 은화를 구입하기 위해 바빠진다.
A와 B의 행동은 '주화의 품위가 저하될 때' 나타나는 일이다.
A가 한 일은 생필품의 가격 급등을 유발할것이먀, B의 행동은 은을비롯한 귀금속의 퇴장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행동 모두 경제 전반의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것은 똑같지만, 경제 전체 입장에서 보면 의 행동이 훌씬 해로울 것이다.
귀금속이 부자들의 금고 혹은 구들장 속에 숨겨지면 안 그래도 부족한 유통 귀금속이 더욱 줄어들기 때문이다.
감작스러운 은화 순도 저하로 인플레가 촉발되었을 때, 로마 제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황제는 301년 칙력을 통해 물가와 임금 통제를 선포하고 관료제와 재정 제도를 개편하였다. 그와 그의 후계자 콘스탄티누스의 개혁이한때 제국에 활력을 주기도 했지만, 위 개혁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의 멸망은 게르만족의 침입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금융 혼란도 자리잡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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